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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신고전주의 경제학 대 복잡계 경제학- 서평19(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신고전주의 경제학 대 복잡계 경제학- 서평19(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안녕하세요 글쓰는 정선수입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3장중 복잡계 경제학> 꼭지를 읽고 서평을 적어보았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과 구독 눌러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이라는 책에서 추천 때문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카이스트 물리학과에서 학부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복잡계 물리학을 전공했단다. 치매 환자의 대뇌모델링에 적용한 논문으로 이론신경과학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니 무슨 연관성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대단한 것은 알겠다. 게다가 미국 명문 대학을 포함한 다수의 대학에서 연구 경력까지,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이력이다. 

서문에 나온 작가의 고등학교 시절 에피소드가 흥미로웠다. 기숙사에서 지내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안에서 '톈안먼 사태'를 한 달이 지난 신문을 통해 접했던 내용이다. 당시 작가는 비애감과 소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훗날 대학생 시절 세상과 가까운 학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사회의식과 가치관은 '톈안먼 사태' 소식을 접했을 때 씨앗이 심어지고 대학교에 와서 움튼게 아닐까 한다. 남부러울 것 없는 명문 경기과학고 모범생이라고만 상상되는 그가 한달이나 지난 중국의 소요 소식에 그렇게 동요 할 수 있었다니. 정말 가슴이 뜨거운 소년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사람의 책이니 참 기대가 되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마음을 열어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었다.

 

3장중 <복잡계 경제학>꼭지가 눈에 들어왔다. 유투브 채널 <체인지 그라운드>의 신영준 박사가 엄청 자주 얘기하는 '복잡계'라는 단어가 끌렸던 것이다. 신영준 박사가 '복잡계' 경제학을 말할 때 느낀 점은 지금 시대 가장 '힙'한 이론이라는 것이었다. 세상을 보는 최첨단의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짜 매력적이고 멋있게 느껴져서 이 꼭지를 읽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시장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는 새로운 경제학인 '복잡계 경제학'을 소개하는 것이 이 꼭지의 내용이다.


 

신고전주의, 복잡계 경제학. 둘다 일수도 있지 않을까

 

 

 저자에 따르면 '주류 경제학'은 곧 '신고전주의 경제학'이다. 그것을 미리 밝히며 글을 적는다. (188p) 시장이 완전 평형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 주류 경제학의 기본 관점이다. 그런데 형실 경제는 그렇지가 않다. 항상 혼잡하다. 1987년 일어난 '블랙 먼데이'사건이 바로 그 예이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그와 같은 경제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허점과 한계를 보인 것이다. 

 

 20세기 후반 신고전주의 경제학 대신 시장의 불합리성과 혼잡함의 패턴에 주목하고 해석하려 한 물리학자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복잡계 경제학'을 만든 것이다. 

기존의 신고전주의 경제학은 경제 주체가 합리성으로 무장했다고 여겼다. 또한 효용과 이익을 최적화 한다는 것이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이론이었다. 물리학자들은 그런 이론을 부정하고 비평형성과 비안정성을 주장했다. 

 

그렇게 칼로 자르듯이 기존의 이론을 부정할 수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둘다이거나 혼재해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해서 많은 부분 동의가 되긴 한다. 그러나 기존의 주류 경제학으로 설명되는 부분도 많다는 생각이 있다. 

예를 들면 목이 좋지 않고 광고를 하지 않지만 음식맛이 아주 좋은 식당이 있다고 치자. 그 식당은 시간이 지나면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손님들로 인해 결국은 장사가 잘 되지 않을까? 반대로 목이 좋고 비위생적이고 맛이 형편없지만 아주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식당은 시간이 지날수록 손님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가정은 경제 주체가 효용과 이익을 최적화한다는 신고전주의 경제학으로 충분히 설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 먼데이'사건도 경제 지표들이 결국은 다시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오는 평형상태로 돌아오지 않았겠나? 그것또한 신고전주의 경제학으로 어느 정도는 설명할 수 있지 않나.

 

 

 복잡계 경제학의 대표적인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수확 체증의 법칙이다. 수확 체증의 법칙이란 투입된 생산 요소가 늘어날수록 산출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이다. 그 예로써 VHS비디오 테이프가 나온다. 기술적 열세였지만 초기 선점효과에 힘입어 시장을 점령했다는 것이다. 참 흥미로운 이야기다. 쿼티 키보드도 비슷한 경우이다. 후에 나온 다른 키보드에 비해 더 불편했지만 마찬가지 선점효과 때문에 지금까지도 주로 쓰이는 키보드라는 것이다. 

실리콘벨리나 용산전자상가와 같은 거대 단일 품목 시장도 수확 체증의 예라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다. 

특히 이 부분은 평소에 알듯 말듯한데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현상이었다. 이론적으로 명백하게 이해가 되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영화배우 송강호와 허준의 전광렬을 예로 든 것은 별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저자의 주장대로 초기 작품들이 그들이 대성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기술이나 상품이 아니다. 그들의 성실성이나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 연기력을 생각하면 그들은 다른 기회를 통해서라도 비슷한 결과를 이루지 않았을까.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저자의 설명에 완전히 수긍하기 어렵다. 

 

 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대표 국가인 미국은 경제 호황을 오랫동안 누렸다. 복잡계 경제학은 미국식 자유주의를 비판한다. 우연한 사건으로 최선이 아닌 결과중 하나로 고착하게 되는 가능성처럼 자유주의 경제가 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주류 경제학자들은 복잡계 경제학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왜냐하면 작은 요소들에 민감하고 격변과 혼란으로 점철되어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경제학같지 않은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복잡계 경제학의 지적은 타당해 보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우연히 벌어지는 일들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셀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이유들 때문에 고착화 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개개인의 경험속에서도 많이 있을 것이다. 

복잡계 경제학을 인정하지 않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입장도 동의가 된다. 복잡계 경제학은 지나치게 '알수없다'는 식의 입장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유주의 경제 체제의 허점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두 경제학의 엎치락 뒤치락하는 관계가 상당히 흥미롭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과학의 본질은 자연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복잡계 경제학은 경제학 분야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라고 한다. 

처음에 읽었을 때는 복잡계 경제학을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차례 다시 읽어보니 그런게 아니다. 저자는 두 경제학의 팽팽한 관계를 보여주고 복잡계 경제학의 가치와 의의를 독자에게 알려준다. 

 

 


 

 

 팽팽한 관계를 보여주긴 하지만 저자는 복잡계 경제학에 조금은 더 무게를 두고 있지 않을까하는 짐작을 해 본다.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한계를 보여주는 근거들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다. 무게있게 제시된 근거는 바로 수확 체증의 법칙 하나 뿐이었다. 

블랙먼데이 사건이 신고전주의 경제학의 한계를 명백하게 보여주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도 일리가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현상을 결과만 놓고 본다하더라도 한 이론으로 설명이 된다면 그 이론은 충분한 이론이라는 주장에 나도 동의하는 바다. 

신고전주의를 대신해 나온 복잡계 경제학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신고전주의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복잡계 경제학의 근거가 그리 강력하지는 않다는 인상이다. 

 

이 꼭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다섯번은 다시 읽은 것 같다. 중간에 경제 용어도 많이 나와서 네이버 사전으로 계속 검색을 했다. 그 사전의 풀이도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을 반복하여 읽었다. '한계 효용'과 같은 개념은 유투브에서 관련 영상을 시청하기도 했다. 조금 어려움이 있기는 했지만 현대 경제학의 거대한 두 가지 개념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된 점이 큰 수확이다. 세상의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지만 조금 알고 싶다면 이 책의 해당 꼭지를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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