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카버의 깃털들 서평01
서론
몇 해전에 글을 쓴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녀는 어떤 작가를 좋아하냐는 나의 질문에 레이먼드 카버를 말헀다. 그리고 얼마 지나 누나의 집에서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것을 빌려온지 몇 해가 지났다. 나는 텍스트를 읽는 게 지금에서야 깨달았지만 그리 쉬워 하지 않았다. 어릴때는 제법 많이 읽었다. 30대 초중반에는 꽤 읽었다. 근데 그 사이에 읽지 않으며 책을 읽는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
올 해는 책을 읽는 습관을 만들어냈다. 본가에 집 정리를 하러 왔다가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책이라도 읽어야겠다고 해서 이 책을 몇 해만에 집었다. 뭔가 '간지' 가 나는 것 같아 읽자고 결심하고 읽게 되었다.
본론
등장인물
나- 주인공
프랜- 주인공 '나' 의 부인
버드- 주인공 '나'의 직장 동료.
올라- 버드의 부인
해럴드- 버드와 올라의 아기. 아직 말 못하는 나이.
공작새- 버드와 올라가 키우는 새.
내용:
주인공은 직장 동료 버드의 초대를 받고 부인 프랜과 함께 버드의 집에 찾아간다. 그 곳에서 버드의 부인 올라, 아기 해럴드, 공작새와 함께 꺼리침한 시간을 보낸다.
느낀 점
네 가지 감정
1) 이상함
기괴라고 썼다가 과한 것 같아서 이상함으로 바꿨다. 이 집은 뭔가 이상하다. 처음부터 이상하다.
시내에서 한 참 떨어진 외곽에 있다. 갈 때 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으스스한 느낌이 들었다.
집 앞에 가자마자 공작새가 있지를 않나, 식전에 맥주를 주는 것도 조금 이상했다. 이것은 문화 차이인가?
티비위에 치아 모형을 두는 것도 이상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스릴러 영화처럼 전개될 것 같았다.
"집에 돈이 없어서 치아를 교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내 이빨은 제멋대로 그냥 자라게 된 거예요.중략..."
그리고 처음 보는 손님에게 식사도 대접하기 전에 물어보지도 않은 별 쓰잘데기 없는 자기 인생스토리를 이야기 하는 올라도 이상했다.
2) 불안함
위에서 조금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공작새에, 치아 모형에, 시덥지 않은 대화 때문에 나는 불안감이 느껴졌다. 거기다가 방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아기 엄마인 올라의 반응이 뭔가를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이 느껴져서 수상했다.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같이 전개될 것 같았다.
주인공의 부인인 프랜이 계속 졸라대서 아기를 보게 되는데 아기가 말도 못하게 못 생겼다는 설정도 괜히 꺼림칙했다. 아기가 뭔가 돌발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까 해서 불안해 하며 읽었다.
그리고 나중에 공작새를 집 안에 들이게 되는데 그것도 너무 상식밖이어서 이상하고 불안했다. 공작새가 갑자기 미치지는 않을까, 덩달아 아기도 미치고 주인공 부부에게 뭔가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3) 거북함
어느 집에 놀러갔는데 티비 위에 그 집에 사는 여자의 치아 모형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게다가 식사를 앞 두고 있다면. 나같으면 밥 맛이 뚝 떨어질 것 같다. 그 여자가 이쁘면 모를까.
공작새가 집 안에 들어와서 설칠 때도 너무 싫었다. 밥상머리에서 새가, 그것도 애완용 새도 아니고 커다란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희귀한 새가 날뛰다니. 깃털이 날릴 수도 있고 조류 인플루엔자같은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공작새는 아기에게 접촉까지 한다. ㄷㄷㄷ
그 집 부부가 하는 말들을 보면 공작새가 벌이고 있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그런 집안에서 새와 함꼐하는 여자가 만든 음식? 절대 먹고 싶지 않고 그 집 쇼파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
4) 씁쓸함
그 날 방문 이후에도 주인공과 버드는 직장에서 다름없이 지낸다. 그런데 선이 그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 생각에는 주인공이 선을 그었고 버드는 굳이 그 선을 넘어오려 하지 않거나, 버드는 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끔찍한 부부인데다가 그렇게 못생긴 아기라니."
주인공 부인인 프랜은 버드네 가정을 조롱한다. 당연히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며 책을 다시 봤는데 주인공은 프랜에 동조한지는 않았다. 근데 주인공 부부가 버드네를 조롱했다는 느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곧 알게됐다.
프랜은 버드네를 조롱한다.
주인공은 그런 프랜에 대해 뚱뚱해지고 달라졌다고 말한다.
주인공네 아기는 음흉한 구석이 있다.
절대 그런 이야기는 부인과 나누지 않는다. 대화조차 줄어든다. 이 점에서 주인공이 말은 하지 않지만 부인을 조롱까지는 아니더라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음을 느꼈다.
한 마디로 주인공이 부인보다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공도 부인 프랜처럼 버드네에 대한 조롱은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지나친 추측인가?
아무튼 그런식으로 관계 사이에서 마음에 들지 않아 거리를 두려하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물론 마음에 안들수도 있지. 근데 그 이유가 그 상대의 됨됨이 같은게 아니고 인상이나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때문이라서 씁쓸한 것이다.
'선수끼리 다 아는' 것 처럼 상대도 애써 다가와주지 않는 것도 그렇고.
그 밖에 느낀 점:
내가 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잘 쓰인 글은 쓰여진 시대를 짐작하기 힘든 문체인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이 글 또한 그랬다. 왜 이 작가를 좋아하는지 알겠다.
되게 군더더기 없고, 툭툭 던지며 어렵지 않게 뚜벅뚜벅 나아가는 느낌.
피로한 느낌이 들지 않고 계속 다음 줄을 읽고 싶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스타일리쉬한게 이런건가 생각이 든다. 나는 정말 좋았다. 따라한다면 이런 작가의 문체를 따라하고 싶다.
직장동료나 친구 지인 혹은 아주 가까운 배우자나 가족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있다. 실망이면 그나마 다행이고 혐오가 섞인, 싫어지게 되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대단하지 않은 것들인 경우가 많다.
물론 충분한 이유일때 도 있다.
나도 최근 직장에서 좋게 생각했던 직장 상사와 싸운 일이 있었다. 내 딴에는 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건네고 업무에 관한 내 생각도 자주 이야기하고 가끔 내 개인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하여 배려와 이해를 구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큰 소리를 내며 싸운 이후로 달라졌다. 표면적으로는 웃으면서 화해하기는 했다. 근데 그게 다 된게 아니었나 보다.
그 분의 옹졸하고 독단적인 면이랄까 그런것에 크게 실망하였던 것 같다.
그 전에는 고압적이고 윽박지르는 태도도 그럴 수 있다, 필요하다 생각하고 이해하려 했는데 이제는 한 마디도 듣기가 싫다. 생트집을 잡는 것 같아서 또 한번 싸워볼까 하는 생각을 품고 다닌다.
또 상처가 됐던 것 같기도 하다. 격투기에서 아무리 승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내 몸에 생채기 하나 없이 이기기는 힘들지 않나. 그 때 싸웠을 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이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근데 그렇게 서로 화를 내며 싸운 자체가 '셀프 부상'을 입힌 것 같다.
아무튼 지금은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을 어쩔 수 없다.
식당에서 만나면 웃으며 눈 인사를 주고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색해서 피한다. 나만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분도 굳이 나에게 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심전심' 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이런 식으로 관계 사이에서 예기치 않은 부정적인 인상으로 마음을 닫고 멀리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살아오며 겪은 그런 일들을 돌아보게 해준 소설이었다.
결론
나는 [레이먼드 카버의 깃털들] 에서 기괴함, 불안함, 거북함, 씁쓸함이라는 네 가지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상대가 싫거나 상대에게 실망하여 멀리하게 되는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이가 있다면 버드네 집 구석이 혐오스럽지는 않는지 나만 그런지 물어 보고 싶다. 그리고 살다가 마음을 닫게 되는, 뭔가 싫어져서 거리를 두고 싶어진 상대가 있었는지 물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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